바다8 맛도리 육개장 사발면 - 후편 우산을 쓰고 있었지만 우리는 젖어 있었다. 비를 막는 대신 바람에게 너그러웠던 정자에 자리를 잡았다. 겨울비였다. 추위는 잠시 쉬라는 듯 대지를 적셨고 겨울의 하얌은 안개로 변해 있었다. 짙은 안개 속에서도 고요하게 반짝이던 것은 그녀의 눈동자였다. "당신과 함께라면 나는 힘들지 않아요, 아니 무척 즐거운 걸요" 엉덩이 한쪽을 겨우 걸칠 수 있는 의자에 몸을 얹고 가방에 들어 있던 식량을 꺼냈다. 김밥 두 줄과 육개장 사발면. 보온병에 담아왔던 온기를 사발면에 가둬 놓고 그녀와 나는 김밥을 입에 넣고 즐거워 했다. 정자의 바람은 젖은 옷을 괴롭혀 몸을 움추리게 했다. 우리를 구원할 것은 사발면 뿐이었다. 조심스레 벗겨낸 뚜겅 사이로 요염한 면빨과 정열적인 국물이 보였다. 사양하는 그녀의 손에 떠 밀려온 .. 2023. 1. 29. 맛도리 육개장 사발면 - 전편 세상이 종이 박스처럼 젖은 날이었다. 창문을 떼어 입에 넣었다면 비린 맛이 났을 것이 뻔했다. 게임의 광기에 휩싸여 있던 나는 우산과 동네 단짝을 챙겨 국민학교(?) 근처 문방구로 돌진했다. 그곳에는 오락실에 없던 레슬링 게임이 있었다. 낙하산을 접고 오락기 앞에 선 단짝과 나는 봄비에 젖어 벌벌 떨고 있었다. 추웠다. 주머니 속 눅눅해진 천원짜리의 감각을 느끼며 머릿 속으로 주판을 팅겼다. "육개장 컵라면 500원, 게임 한판에 100원.." 나는 그렇게 한참을 고뇌하였지만 단짝은 말 없이 나의 결정을 기다렸다. - 단짝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 전재산의 반과 맞바꾼 육개장 비닐을 사정 없이 벗겨 내고 온수통에 담긴 뜨거운 물을 따랐다. 하얗게 피어 오르는 김은 나와 내 단짝에게 찾아올 행복의 암.. 2023. 1. 17. 상실의 시대 __깊은 겨울 밤을 뚫고 찾아온 나의 뮤즈에게 이 글을 바친다__ 잿빛 콘크리트 갇혀 무겁게 내려 앉은 적막과 외로움은 낯선 것이 아니다. 먼지 쌓인 초인종에 닿았던 시선의 파편이 옛 동네의 울림을 불러온다. "재희야 놀자!" 옹기종이 모여 앉아 송편 빚던 시절은 조막만한 전화기에 지워져 버렸다. 시인은 죽었고 눈물은 부끄러움이 되었다. 알람소리에 비명을 지르고 기계음와 거짓말 질려 다시 몸을 뉘인다. 어머니, 저는.. 저는.... 화려한 불빛에 홀려 춤을 추며 흐느낀다. 가여운 나는 그리고 우리는 2023. 1. 3. 관리할 수 없는 예전 블로그... 미련이 있다는 건 아니고, 뭐 그냥 그렇다고 Smart Controller :: Smart Controller (tistory.com) Smart Controller Embeded System Development newind2000.tistory.com 2023. 1. 2. 이전 1 2 다음 반응형